SORI JOO Sound Recording

어느 가족

스포있음!!

진부한 말이지만,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영화인 것 같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혈연으로 이어져 있어도 가족이 아닐 수 있고,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아도 가족일 수 있다는데. 나는 다행히도, 그리고 운 좋게도 혈연과 연대가 일치하는 가족에서 태어났기에 성장과정에서, 그리고 지금도 이에 대한 괴리감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이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하는 ‘가족’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

사람들은 왜 가족을 이루고 살까? 여태 읽었던 많은 책들에서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필연적으로 타인을 필요로 한다고 했던 대목들이 생각난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사람은 불완전하기에, 그걸 알아서 나 자신을 알지 못하기에 연대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제도적 가족인 것 같은데.

내가 나를 믿고, 상대를 믿을 수 있다면 사실 제도 같은 것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결혼은 물론이고 여친이니 남친이니 하는 명명들조차도. 그러나 그러지 않고, 그러지 않은 상대와 나를 알기에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것이겠지.

어느 가족에 나오는 가족은 어떤 가족일까.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기는 한 걸까. 사전적 정의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임의로나마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 조건은 만족하고 있는 걸까.

6명 모두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 혼인으로도 이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막내 여자아이 린을 제외하면 그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 제대로 된 친절한 설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의식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가? 무엇이 우리가 그들을 가족이라고 의식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그들 사이의 연대를 만드는가? 정작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도 못하는데도. 그 호칭이 어색하다는데도.

진짜 가족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진짜 연대이고, 그러나 진짜 가족이 아니기에 자유롭다고 한다. 기대하지 않게 되니까. 그 아이러니가 이해되지 않지 않았다. 애초에 진짜 가족이 아니기에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이 ‘가족’은 어쩌면 정말 그 어떤 가족보다도 가족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엄마’도, ‘아빠’도 아닐뿐더러 그럴 의무도, 어쩌면 권리도 없지만 그들은 기꺼이 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나를 두고 도망가려 했다는 말을 타인에게 듣고도, 그리고 그 후에 찾아간 당사자로부터 그게 사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쇼타는 뒤를 돌아본다. 연대가 끊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가족이라는 제도는 필요하지 않다는 진부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족이었다. 어쩌면 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의 인정조차도. 엄마도 아빠도 아니지만, 사실 애초에 그런 명명은 가족이 되는 데에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